미적가치와 삶/영미분석

예술작품의 위조, 원작과 지각적으로 구별 불가능한 위작의 존재론

DDTKk 2016. 3.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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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미허른에 의한 베르미어 위작사건은 예술작품의 위조에 관한 흥미있는 논쟁을 촉발하였다. 보이만스 미술관은 1937년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가 베르미어의 작품이라고 믿었지만, 훗날 반 미허른은 이 작품이 사실 자신의 위작이었다고 고백하였다. 처음엔 반 미허른의 주장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그가 직접 위작 제작을 시연해 보이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지각적으로 원작과 구분될 수 없는 위조작품은 수많은 미학적 쟁점들을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1) 예술의 가치 및 미적 가치, 2) 예술의 본질과 현대적 예술 정의, 3) 지각의 본성과 지각의 상대성에 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다음 세 가지 진술들을 통해 문제를 구체화해 보자.


I. 위작과 진품이 지각적으로 식별할 수 없을 만큼 동일하다.

P. 작품의 미적 가치는 둘 사이에 지각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차이에 달렸다.

V. 위작과 진품의 미적 가치는 서로 차이가 있다.


  이 세 진술들은 각각 참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다. 비어즐리는 I와 P를 수용하고 V를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원작과 위작이 지각적으로 동일하다면 미적 가치도 동일하다. 레싱은 비어즐리를 수용하지만, 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서로 구분한다. 굿먼은 I를 부정한다. 위작이라는 사실이 결국 지각적 차이를 유발할 것이다. 단토는 P를 부정한다. 이는 예술의 정의와 본질에 대한 논쟁을 유발한다.


  1)번의 논의에 국한하여 이야기해 보자. 비어즐리는 I와 P를 수용하고 V를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지각적으로 두 대상이 서로 차이가 없다면 미적 가치도, 작품의 의미까지도 동일하다. 레싱은 비어즐리의 주장을 수용하지만, 미적 가치가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예술적 가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적 가치와는 구분되지만 여전히 예술적인 가치를 레싱은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미어가 위대한 이유는 미허른에 의해 묘사된 테크닉에서뿐만 아니라, 미허른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독창성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레싱의 입장은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지만, 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구분은 여전히 논쟁적이며, 무엇이 ‘미적’인가에 대해 지나치게 협소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레싱은 순수한 조형적 구조를 ‘미적’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전히 ‘미적’이라 불리워야 할 것들은 순수한 조형적 구조 뿐만이 아니다.


  더튼은 모든 예술이 가진 수행으로서의 성격을 미적 경험과 미적 가치의 논의에 적용한다. 더튼의 관점은 작품 감상의 미적 국면을 지각적이고 형식적인 것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연주와 공연 뿐 아니라 회화작품도 예술가가 어떤 일을 수행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성취한 것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작품의 감상이나 그것을 통한 미적 경험도, 작품의 지각적 형식적 성질 뿐만 아니라 그러한 성취와 과정도 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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